파이널 판타지 15 게임 리뷰



아무래도 요즘 일본 게임은 침체기이다. 시장의 대세가 모바일로 옮겨간 이후, 세계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AAA 타이틀을 멋들어지게 뽑아냈던 일본 개발사들은 영 힘이 달리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AAA 타이틀의 양산공장이라고 할 만했던 캡콤은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잃었고, 코나미는 메기솔5를 끝으로 세계를 대상으로 팔아먹을 AAA 타이틀의 생산을 내심 포기한 듯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회사는 기껏해야 스퀘어에닉스. 그런 스퀘어에닉스가 사운을 걸고 파이널 판타지의 넘버링 신작을 내놓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 게임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라고 할 만한(조금 오바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온당한 위치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파이널 판타지 15의 리뷰이다.

 

사전 공개되었던 정보만 인용하는 스포일러 없는 리뷰이다.

 

 

 

<넘나 아름다운 알티시에 전경.>

1. 첫인상

그래픽은 아주 아름답고, 우려와는 달리 30프레임 언저리를 어떻게든 지켜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캐릭터의 모델링도 인상적이지만, 인게임 그래픽에서는 머리카락 부분이 지나치게 자글거려 눈에 거슬린다. 안 그래도 헤어스타일도 황당해서 보기 괴로운데. 지형과 도시를 비롯한 아트워크는 파판 특유의 근사한 느낌이 가득한데, 특히 알티시에는 정말 압도적인 전경을 자랑한다.

음악을 비롯한 사운드는 정말 말이 필요 없다. 음악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우며, 분위기를 절묘하게 끌어올려준다. 파판 팬이라면 다들 메인 타이틀 화면에서 테마곡을 감상하며 멍때려 본 적 있지 않은가? 이번에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목소리도, 영문판 성우는 아직 안 들어봤지만, 일본어 성우는 괜찮은 연기를 보여준다.

오픈 월드 탐험 부분은 첫인상부터 매우 나쁘다. 운전은 자동조작이나 수동조작이나 차이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제한적인 모노레일이며, 초코보 질주는 나쁜 조작감과 어설픈 스피드로 처음의 상쾌함은 금방 사라져버린다. 길은 쓸데없이 많은 바위와 산 덕분에 몇 분의 시간을 허비하며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중간중간 있는 매우 강력한 몬스터 또한 레벨 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잊어버린 듯 불쾌한 퇴각을 유발한다. 지도의 가독성 또한 매우 끔찍하여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 자체를 전혀 구분해주지 못한다.

 



<모든 것을 끝내야할 때>

2. 그래서 넌 왜 이 모험을 하니

스토리 부분은 정말 처참하다. 중요하니 꼭 한 번 더 말하겠다. 처참하다. 왕도 인섬니아가 함락되고 주인공 녹티스는 졸지에 나라 잃은 왕자가 되어 제국을 타도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근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국을 타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득력있는 설명이 완전히 전무하다. 코르 장군은 왕의 무덤을 찾아 역대 왕의 무기를 모아서 힘을 키워라라고 설명하지만 우습게도 이건 사이드 퀘스트다. 게다가 팬텀 소드는 딱히 게임 내 최강무기도 아니라서 별로.

 

진행하다보면 어느 새 여섯 신의 힘을 모아 제국을 타도하라는 게 목적이 되어 있는데, 진짜 어느 샌가 그렇게 되어 있다. 첫 육신 중 하나인 거신을 만나게 되는 건, 그런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녹티스가 머리가 아파서(진짜다. 진짜 그렇다)이며, 만나고 난 이후에도 딱히 그게 달라지진 않는다. 뇌신을 만나고 난 이후에 어느 샌가 주인공의 목적이 여섯 신의 서약을 완료하는 게 되는데, 아무런 설명조차 없는데다가 그냥 막연하게 여섯 신의 서약을 완료하면 제국이 알아서 고꾸러지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것도 같아수준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심지어 다 만나지도 않고 최종 던전에 돌입하므로 이것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게다가, 연출상으로 최종전투에서도 여섯 신이 뭐 하는 게 없다. 진짜 얼굴조차 안 나온다. 이게 뭐냐 진짜.

 

플롯이 너무나도 부실한 나머지, 메인 스토리의 플롯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면 100자 이내로 정리가 끝난다. 이건 스토리텔링의 실패 수준이 아니라, 처참하게 잘못 만들어져서 도무지 용납이 안되는 수준이다. 수없이 많은 부분이 직접 보여주지 않고, 혹은 설명조차 포기한 채로 멍청하게 흘러가버려서, 이야기가 너무나 맥빠진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끝내야 할 때같은 느낌으로 끝난다. 그 외에도 모든 캐릭터들이 전부 설명이 불가능하거나, 혹은 극히 희박한 비중을 가져서 그나마 부실한 플롯 그 자체에 종속된 장치로 기능하면서 그 힘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이 게임 스토리에서 모든 캐릭터는 오로지 플롯에 종속되어 그래야하니까 그럴 뿐”, 캐릭터 자체의 생명력을 유지할 부분이 완전히 빠져있다. 이는 작품의 주인공인 녹티스부터 최종보스에 이르기까지 일관적이다.

 

 

<씨발놈들아 좀 작작해 이 씨발(후술)>

3. 게임 디자인

위 첫 인상 부분에서도 밝혔지만, 게임 디자인 또한 꽤나 구태의연하다. 오픈 월드는 뻔히 지도상에 표시된 곳을 몇 분씩 투자해가며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철저하게 게임 메커닉의 장점을 살려 게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하는 던전은 그냥 길 몇 개 만들어놓고 중간에 몹 몇 마리와 아이템 몇 개를 배치해 둔 지극히 무성의한 디자인이다. 구작 파판들이 인카운터와 퍼즐을 적절히 조합하여 최소한 던전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놨던 건 기억하는지? 그야말로 퇴보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챕터 13에 이르면 파판 7신라 빌딩을 연상케하는 카드키 던전이 시작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정말 끔찍하게 길고 지루하다는 것이다. 퀘스트 마커를 따라가면 잠긴 문이 나오고, 왔던 길을 돌아가서 카드키를 업그레이드 하라는 새로운 퀘스트 마커가 나온다. 이게 뭐하자는 레벨 디자인일까? 당연히 시간 끌기다. 그것도 아주 구차한 타입의 시간 끌기. 도대체 이렇게 시간을 끌면 유저들이 ! 정말 이 카드키를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이 보람차고 재미있군!”이라고 생각한 걸까? 전혀 아니지. 제한된 개발력으로 최대한 유저의 플레이타임을 질질 늘여버리기 위한 디자인이지 재미를 위한 고민이 들어간 디자인은 아니다. 카드키 4레벨 업그레이드 장치 앞에서 나는 육성으로 일갈했다. “씨발놈들아 좀 작작해 이 씨발이라고. 정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내가 일갈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 이제 오픈월드 사이드 퀘스트로 넘어가보자. 일단, 사이드 퀘스트 디자인에 있어서 하나의 정점을 보여 준 위처 3와의 비교는 너무나 미안한 소리니 넘어가자. 그래도 최소한의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사이드 퀘스트 디자인인가 하면 전혀 아니다. “, 잡아와” “넹 조져놨습니다” “, 가져와” “넹 대령했습니다사이드 퀘스트 하나 하나가 뭔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 전무하다. 마치 기계처럼, 경험치와 돈과 보상을 위해 뭔가를 죽이러, 혹은 뭔가를 가지러 갈 뿐이다. 게다가 가장 심각한 것은, 왕자 일행이 굳이 이렇게 빡세게 굴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스토리 부분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인데, 메인 플롯 또한 이렇다할 당위성이 없지만 사이드 퀘스트는 더더욱 전혀 왕자가 이것을 도와주어야 할 당위성이 없다.

 

전투는 아주 단순하고 괴롭다. 악명높은 시점문제는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는 참담한 수준으로, 게임 내에서 벌이는 전투마다 이 지랄같은 시점에 고통받게 된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전투의 난이도를 지극히 낮춰버릴 꼼수가 많이 존재한다. 어빌리티를 이용한 업그레이드는 게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적으며, 아마 전혀 안찍어도 스토리 클리어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심자를 위한 웨이트모드가 들어가있지만, 웨이트모드를 사용하면 저스트회피를 쓸 수가 없는 것도 꽤나 웃긴 모순. 결론적으론 네모 누르고 있다가 동그라미 누르는 게임이다.

 

종합하자면, 그냥 좀 못만들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 거 같지는 않다. 이거 말고도 못만든 부분은 널렸지만 더 지적하기엔 피곤함만 가중될 뿐이다.

 

 

4. 그래도 잘 만든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게임을 하는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느냐? 하면 그래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름대로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그럭저럭 할 만했기에 엔딩도 본 거니까.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 및 대사는 꽤 괜찮다. 초반부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오픈월드 부분에서도 그건 마찬가지. 파판15의 최대 장점은, 정말 친구들과 어디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차타고 여행하면서, 어딘가에 텐트치고 맛있는 거 구워먹고, 대체로 등신같은 사진들과 극히 드물게 멋진 사진들을 찍어 가면서 노는 그런 거.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저렇게 놀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다보니 꽤나 괜찮은 대리만족이었다. 아주 불편한 오픈월드임에도 불구하고 클리어 후 다시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런 부분 덕분이다.

 

그래픽과 연출은 아직 스퀘어에닉스가 죽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일말의 희망이다. 소환수 연출은 정말 어마어마하며, 비록 스크립트이긴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멋지다. 그나마도 덜 만든 티가 나서 몇몇은 보기도 힘들다는 건 일단 플레이해본 우리들만의 비밀로 하자.

 

... 진짜 장점은 이정도인 것 같다.

 

 

5. 종합

파판15는 일본산 AAA 타이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게임이다. 대자본을 들여 개발한 게임이 어울리지 못하는 요소들과 부실한 제작 경험으로 인해 산으로 가버린 모양새다. 그럭저럭 할만한 게임이긴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되는 게임이었다. 사실 데모만 해 보고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사실이었고. 이 파판15는 일본도 충분히 현세대 AAA 타이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양시킬 중대한 사명을 가진 게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마치 소울 시리즈의 메인 테마인 끝나는 불의 시대처럼, 일본이 게임업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완전히 종말을 고한 것 같다. 그 표상이 바로 파이널 판타지 15.

 

 

 

6. 총평

6.5/10

불만족스러운 점이 너무나 많았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클리어는 가능. 아주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단점이 너무나도 많아 아쉽다.

 


덧글

  • 레이오트 2016/12/19 15:59 # 답글

    그런 단점들 때문에 나온지 2주 조금 지난 지금, 벌써 수레 신세가 되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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